솔직히 이번 에피소드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적 장면 자체보다 그 기적에 닿기까지 각 인물이 겪어야 했던 과정이 훨씬 더 깊이 남았습니다. 12년간 혈루증(血漏症)을 앓은 여인, 죽어가는 딸을 앞에 둔 회당장 야이로, 그리고 군중 속에서 조용히 기적을 일으키시는 예수님. 저는 이 세 사람의 시선이 한 장면에서 교차하는 순간,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 결국 멈춰 버렸습니다.믿음 — 닿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혈루증(血漏症)이란 멈추지 않는 출혈이 지속되는 병으로, 당시 유대 율법상 이 병을 앓는 사람은 '부정(不淨)한 자'로 분류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사회적으로 격리된 존재였습니다. 만지는 것도, 만져지는 것도 모두 율법적 오염으로 간주되었으니, 12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여인은 사람의 온기조차 제대로 ..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의 말보다 소속을 먼저 확인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 자리에서 상대방이 어느 편인지 가늠하느라 정작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더 초즌 시즌3 4화: 정결 1부》를 보다가 그 기억이 불쑥 올라왔습니다. 2천 년 전 가버나움 거리에서도, 지금 대한민국 어느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도, 사람을 먼저 보지 않고 자격부터 따지는 방식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습니다.레위기 정결법과 혈루증: 규정이 사람을 삼킨 역사4화는 회당에서 레위기 15장을 낭독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유출병(discharge)이 있는 자가 앉은 자리, 닿은 물건, 뱉은 침까지 모두 오염원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레위기 정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