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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시몬을 그냥 '열두 제자 명단에 이름만 올라있는 사람' 정도로 흘려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직함 하나를 제대로 들여다본 순간, 이 사람의 이야기가 2026년 한국 교회의 현실과 이렇게까지 겹쳐 보일 줄은 몰랐습니다. 로마에 맞서 목숨을 걸었던 독립투사가 어떻게 로마 앞잡이와 한 식탁에 앉게 됐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교회 안에서 서로 등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선명하게 겹쳐 보입니다.

열심당원 시몬: 성경이 침묵하는 이유
누가복음 6장 15절은 시몬을 가리켜 '셀롯이라는 시몬'이라고 기록합니다. 여기서 셀롯(Zealot), 즉 열심당(熱心黨)이란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로마 제국의 지배에 무력으로 저항하던 유대인 민족주의 무장 집단을 가리킵니다. 우리 역사로 치면 일제강점기의 무장 독립군과 가장 가까운 개념입니다. 제가 이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 막연하게 '경건한 사람'쯤으로 상상했던 시몬의 이미지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성경은 시몬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습니다. 그가 어떻게 예수님을 만났는지, 어떤 기적을 행했는지 기록이 없습니다. 처음엔 그게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직접 이 침묵을 오래 들여다보니, 오히려 그 침묵이 더 크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나'를 드러낼 기회가 있었음에도 역사에 기록될 만한 개인 행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초기 교회 전승에 따르면 시몬은 이란·페르시아 지역까지 복음을 전하다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YouVersion 성경 앱 인물 해설).
제가 주목한 건 다른 지점입니다. 시몬이 열심당원으로서 품었던 열심, 즉 민족 해방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던 그 에너지가 예수님을 만난 뒤 방향을 바꿨다는 사실입니다. 열심당의 핵심 가치인 분리와 저항이 아니라, 복음(福音) —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명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여기서 복음이란 단순한 종교적 메시지가 아니라 모든 민족을 향한 화해와 구원의 선포를 뜻합니다.
- 셀롯(Zealot): 로마 제국에 무력으로 저항한 유대 민족주의 무장 집단
- 누가복음 6:15 외에 마태복음 10:4, 사도행전 1:13에도 동일하게 '셀롯이라는 시몬'으로 기록
- 성경에 개인 사역 기록 없음 — 그러나 열두 제자 명단에 확실히 포함
- 오순절(五旬節) 이후 마가의 다락방에서 성령 충만을 받아 복음 전파에 헌신
화해의 공동체와 행동하는 사랑
제가 이 본문을 다시 읽으면서 가장 오래 멈춰 있었던 장면은 시몬과 마태가 함께 제자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순간입니다. 세리(稅吏)였던 마태는 로마 제국을 대신해 유대인에게 세금을 걷던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 시몬의 관점에서 마태는 동족의 피를 팔아넘긴 반역자였습니다. 반대로 마태 입장에서 시몬은 자신을 언제든 암살할 수 있는 무장 저항군 출신이었습니다.
이 둘이 한 공동체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제 경험상 이건 '사이 좋게 지내자'는 감정적 다짐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도 교회 소그룹 안에서 정치적 견해가 전혀 다른 분과 한 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엔 매주 예배 자리가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그때 느낀 건, 상대를 '바꿔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향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자 관계가 달라지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오순절(Acts 2장)에 마가의 다락방에 모인 120명 가운데 시몬도 있었습니다. 성령 충만(聖靈 充滿)이란 단순한 종교적 체험을 넘어, 삶의 우선순위와 공동체의 경계선이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사건을 가리킵니다. 시몬은 그 이후 더 이상 로마만을 원수로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로마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했다고 전해집니다(출처: Bible Gateway, 사도행전 1:13).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 단지 윤리적 구호가 아니라, 성령 충만이라는 내면의 변혁이 전제되어야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시몬의 이야기에서 처음 구체적으로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그 변화는 감정이 먼저 바뀌는 게 아니라, 공통의 목적 앞에 섰을 때 감정이 따라오더라는 것입니다.
2026년 한국 교회 안에서도 이념과 세대 갈등이 예배당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문제를 '사랑하겠다는 개인의 결심'만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시몬처럼 삶의 방향 자체가 바뀌는 경험,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장치 — 대화 테이블, 경청 훈련, 소그룹 안에서의 반복적 접촉 — 가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행동하는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제 경험상 생각하게 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열심당원 시몬이 베드로의 원래 이름인 시몬과 같은 사람인가요?
A. 아닙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시몬'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두 명입니다. 한 명은 베드로인데, 예수님께서 그의 이름을 시몬에서 베드로로 바꿔 주셨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가나 출신의 열심당원 시몬으로, 성경은 그를 '셀롯이라는 시몬'으로 구별해 표기합니다. 제가 처음 성경을 읽을 때 이 두 사람을 자꾸 혼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Q. 열심당원은 정확히 어떤 집단이었나요?
A. 열심당(Zealot)은 1세기 유대 지역에서 로마 제국의 통치에 무력으로 맞선 민족주의 무장 저항 단체입니다. 단순한 정치 집회가 아니라, 실제 암살과 무장 투쟁을 감행했던 조직이었습니다. 우리 역사의 항일 무장 독립운동과 성격이 유사하다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로마에 협력하는 세리나 유대 지도층을 가장 적대시했던 집단이었기에, 시몬이 세리 마태와 같은 공동체를 이뤘다는 사실이 그토록 극적인 것입니다.
Q. 성경에 시몬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적게 나오나요?
A. 성경 복음서와 사도행전은 시몬을 열두 제자 명단에 포함시키는 것 외에 별도의 행적을 기록하지 않습니다. 이는 역사적 침묵이지 신앙적 부재가 아닙니다. 초기 교회 전승(tradition)에 따르면 그는 페르시아 등 중동 지역에서 복음을 전하다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성경 정경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기록 없는 신실함'이 때로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Q. 오순절 성령 충만이 시몬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A. 사도행전 1장 13절은 예수님 승천 이후 마가의 다락방에 모인 제자 명단에 셀롯이라는 시몬이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해 줍니다. 오순절(五旬節)이란 유월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로, 이날 제자들에게 성령이 임했고 초기 교회가 공식적으로 출발했습니다. 시몬은 이 자리에 있었고, 이후 민족 해방이 아닌 하나님 나라 복음 전파로 삶의 방향이 완전히 전환되었습니다.
결론
제가 이 본문을 붙들고 가장 오래 생각한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시몬이 마태를 품을 수 있었던 건, 마태가 먼저 변해서가 아니라 시몬 자신이 변했기 때문이 아닌가?" 성령 충만이라는 내면의 변혁, 그리고 하나님 나라라는 공통의 비전이 두 사람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개인의 감정적 다짐이나 "사랑해야지"라는 결심이 출발점이 아니었습니다.
2026년 한국 교회가 이념과 세대의 분열을 넘어서려면, 시몬처럼 삶의 방향이 바뀌는 경험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대화와 경청을 위한 구체적인 구조가 따라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구호로서의 화해가 아니라 행동하는 사랑, 그것이 열심당원 시몬이 오늘 우리에게 남긴 가장 선명한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