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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지팡이로 나일강을 쳤다고 알고 계셨습니까? 제가 출애굽기를 다시 읽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성경 원문을 보면 그 지팡이는 모세가 아닌 아론이 쥐고 있었습니다(출 7:19). 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공동 주연이었던 인물, 아론. 실수하고 무너졌지만 끝내 자신의 자리를 지킨 이 사람의 이야기가 저는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금송아지 사건, 단순한 실수였을까요?
아론을 이야기할 때 금송아지 사건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 40일이 넘도록 내려오지 않자, 백성들은 아론에게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어 달라"고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아론은 그 요구에 굴복해 금 귀고리를 걷어 금송아지를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압박에 굴복한 연약함'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표현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합니다. 아론은 당시 모세의 공식 대리자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백성의 우상 요구를 들어준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리더십의 완전한 포기였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이 신명기에 나옵니다. 신명기 9장 20절에는 하나님께서 아론을 멸하려 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세가 중보기도(쉽게 말해 자신을 희생해 상대방을 위해 하나님께 간청하는 기도)로 아론을 살려낸 것입니다. 이 구절은 아론의 죄책이 단순한 실수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제가 이 본문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교회에서는 아론의 금송아지 사건을 상당히 순화해서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원문이 말하는 무게감은 그것과 달랐습니다. 이 사건으로 3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아론은 그 현장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습니다.
- 금송아지 사건의 직접 책임자는 아론이었습니다 (출처: 출애굽기 32장,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 신명기 9:20은 하나님이 아론을 멸하려 하셨음을 기록합니다
- 모세의 중보기도가 없었다면 아론은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입니다
- 이 사건으로 이스라엘 백성 3천 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왜 아론을 대제사장으로 세우셨을까요?
금송아지 사건 이후 아론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그는 그저 실패한 조력자로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하십니다. 멸하려 하셨던 바로 그 사람을 이스라엘의 대제사장(코헨 가돌, 이스라엘 전체 제사 제도를 총괄하는 최고 사제직)으로 세우신 것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묵상하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왜 하나님은 아론을 버리지 않으셨을까요?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용서'의 문제가 아닙니다. 레위기가 설명하는 제사장직은 속죄제(하타트, 죄를 대속하기 위해 드리는 짐승 제물 의식)를 드리며 백성과 하나님 사이를 잇는 중보자 역할입니다. 여기서 중보자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서 화해를 이끄는 존재를 뜻합니다.
그 자리에 실수한 사람을 세우셨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아론은 자신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백성의 연약함을 정죄하기 전에 먼저 공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오히려 중보의 직분에 맞지 않았을까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론이 대제사장 예복을 입은 장면이 레위기 8장에 나옵니다. 제가 직접 그 본문을 읽었을 때, 그 옷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 가장 잘 알고 있었을 사람이 바로 아론 본인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이상하게 먹먹해졌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자격을 묻지 않는다는 것을 아론의 이야기가 가장 잘 보여줍니다.
두 아들을 잃고도 침묵했던 사람의 마지막
아론의 이야기에서 제가 가장 오래 멈춰 섰던 장면은 금송아지 사건이 아닙니다. 두 아들 나답과 아비후가 죽던 날입니다.
레위기 10장에는 아론의 두 아들이 하나님이 명하지 않은 다른 불, 즉 규정을 벗어난 제사 불을 드렸다가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레위기가 사용하는 표현 '이상한 불(에쉬 자라)'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 하나님의 거룩함에 대한 무례함을 가리키는 제의적 위반 행위입니다(출처: 대한성서공회).
그 순간 아론이 한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성경은 단 한 줄로 기록합니다. "아론이 잠잠하니라"(레 10:3). 제가 이 구절을 처음 읽었을 때, 이것이 체념인지 믿음인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지금은 둘 다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론은 그 슬픔 속에서도 제사장으로서의 사명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광야 40년을 모세 곁에서 버텼고, 금송아지 사건 이후 다시 흔들렸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호르산에 오릅니다. 그곳에서 아론은 대제사장 예복을 아들 엘르아살에게 넘겨주고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123세였습니다.
백성들은 30일 동안 아론을 애도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자기 자리를 끝까지 지킨 사람에 대한 애도였습니다. 제 경험상 성경에서 이렇게 긴 애도 기간이 기록된 인물은 많지 않습니다. 그 30일이 아론이라는 인물의 무게를 말해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론은 모세의 친형인가요, 아니면 다른 형제인가요?
A. 아론은 모세의 친형입니다. 둘 다 레위 가문 출신이며, 누나 미리암까지 세 남매입니다. 모세가 나일강에 버려져 궁전에서 자라는 동안 아론과 미리암은 히브리 노예로 살았습니다. 같은 핏줄이지만 전혀 다른 삶의 궤적을 걸었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습니까?
Q. 열 가지 재앙에서 아론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나요?
A. 아론은 지팡이를 직접 들고 재앙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출애굽기 7장을 보면 나일강을 피로 변하게 한 것도, 개구리 재앙을 일으킨 것도 아론의 지팡이였습니다. 흔히 '모세의 지팡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재앙의 현장에서 지팡이를 쥔 손은 아론의 손이었습니다.
Q. 아론이 대제사장이 된 것은 언제인가요?
A. 금송아지 사건 이후, 레위기 8장에서 공식적으로 기름 부음을 받아 대제사장으로 임명됩니다. 멸하려 하셨던 하나님이 모세의 중보 이후 오히려 그를 이스라엘 최초의 대제사장으로 세우신 것입니다. 시기적으로 실수 직후에 직분을 받았다는 점이 이 임명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Q. 나답과 아비후가 드린 '이상한 불'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히브리어 원문에서 '에쉬 자라(이상한 불)'는 하나님이 지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드린 제의적 행위를 뜻합니다. 정해진 제사 규정을 무시하고 임의로 드린 향 제사로 보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레위기의 맥락에서 이는 단순한 절차 오류가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함 자체를 가볍게 여긴 행위로 평가됩니다.
결론
아론을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이 사람이 왜 기억되어야 하는가"였습니다. 모세처럼 율법을 받지도, 다윗처럼 왕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크게 실수했고, 그 실수로 수천 명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아론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제사장이라는 직분을 받고, 두 아들을 잃는 고통 속에서도 침묵하며 사명을 이어갔습니다. 40년을 버텼고, 마지막 날 예복을 아들에게 넘기고 조용히 생을 마쳤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사람의 이야기가 긴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법입니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맡은 분들, 실수 이후 자격 없다는 생각에 갇혀 있는 분들이 아론의 이야기를 한번 천천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직접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에서 아론이 등장하는 본문을 찾아 읽으면 설교로 듣는 것과는 다른 무게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