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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미리암 (여성 리더십, 출애굽, 공동체 회복)

기도하는예나아빠 2026. 9. 3. 05:47

목차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미리암을 '모세의 누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출애굽기를 여러 번 읽으면서도 그녀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미가 6장 4절을 다시 읽게 됐을 때 처음으로 멈칫했습니다. 하나님이 직접 "내가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을 보냈다"고 말씀하셨다는 사실이, 제가 그동안 얼마나 그녀를 축소해서 보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모세를 살린 소녀, 그 담대함의 배경

    파라오가 이스라엘 남자 아기를 모두 나일강에 던져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이스라엘 민족 전체가 공포에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기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아들을 석 달 동안 숨겨 키우다가,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갈대 상자에 아이를 넣어 나일강에 띄웠습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계속 눈이 가는 인물은 어린 미리암입니다. 그녀는 바구니가 강물에 실려 가는 것을 멀찍이서 지켜보며 강가를 따라갔습니다. 이집트 병사들의 눈을 피해 오빠의 바구니를 추적하는 행동은, 어린 나이로서는 상당한 담력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마침 바구니를 발견한 것은 파라오의 딸, 즉 이집트 공주였습니다. 공주가 아이를 아들로 삼겠다고 결정한 바로 그 순간, 미리암이 나타나 유모를 소개해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그 유모가 바로 어머니 요게벳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처음 제대로 읽었을 때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어머니는 오히려 이집트 왕실로부터 삯을 받으며 자기 아들을 키우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구속사(救贖史)'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구속사란 하나님이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역사 속에서 단계적으로 이루어 가시는 계획을 뜻합니다. 미리암의 그 하나의 행동이 모세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고, 그것이 결국 수백만 이스라엘 백성의 해방으로 이어집니다. 제 경험상 성경에서 이렇게 한 사람의 용기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장면은 언제 읽어도 새롭습니다.

    • 파라오의 남아 살해 명령: 이스라엘 인구 증가에 불안을 느낀 파라오가 내린 학살 명령
    • 요게벳의 선택: 석 달간 모세를 숨긴 뒤 갈대 상자에 넣어 강에 띄움
    • 미리암의 기지: 공주에게 어머니를 유모로 연결해 모세가 친모의 손에 자라도록 만듦
    요약: 미리암은 어린 나이에 기지와 담력으로 모세를 살려냈고, 이 한 번의 행동이 출애굽 전체를 가능하게 한 구속사적 첫 장면이었습니다.

     

    홍해 앞에서 드러난 두 가지 리더십

    430년 만에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 앞에 섰을 때, 뒤에서는 파라오의 대군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앞은 바다, 뒤는 군대.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가장 먼저 무너졌을 것입니다.

    백성들은 모세를 원망했습니다. "이집트에서 우리를 데려다 광야에서 죽게 하려 하느냐"는 원망이었습니다. 모세는 이 공황 상태 앞에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하나님께서 싸우실 것이다"라고 백성들을 진정시켰습니다.

    이어서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홍해를 가르시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여기서 '홍해 도하(渡河)'는 단순한 기적의 묘사가 아니라, 신약성경에서 세례의 예표로 해석되기도 하는 신학적으로 두꺼운 사건입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0장 1~2절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구름과 바다 아래서 세례를 받았다고 표현합니다(출처: 대한성서공회). 쉽게 말해, 홍해를 건넌 것은 이스라엘이 이집트라는 죽음의 세계를 완전히 떠나 새 존재로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파라오의 군대가 마른 길을 따라 바다 속으로 돌진했지만, 전차 바퀴가 빠지고 혼란에 빠진 사이 바닷물이 덮쳐 전멸했습니다. 그 순간 이스라엘 백성이 경험한 감격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430년간의 노예 생활이 한순간에 끝난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자리에서 미리암이 소고를 들고 나섭니다. '소고(tambourine)'란 손에 쥐고 흔들거나 두드리는 타악기로, 당시 이스라엘 여성들의 축제와 찬양에서 사용되던 악기입니다. 미리암은 여인들을 이끌고 춤추며 찬양을 인도했습니다. 모세가 백성을 이끌었다면, 미리암은 그 감격을 예배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역할은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게 없으면 공동체 전체가 메마르게 됩니다.

    요약: 홍해 기적 앞에서 모세가 백성을 인도했다면, 미리암은 그 구원의 순간을 찬양과 예배로 완성시킨 또 다른 축의 지도자였습니다.

     

    징계, 그리고 공동체가 기다려준 7일

    미리암 이야기에서 제가 가장 오래 붙잡고 생각한 장면은 사실 찬양 장면이 아닙니다. 민수기 12장입니다. 미리암과 아론은 모세가 구스 여인과 재혼한 것을 문제 삼아 비방을 시작했고, 거기서 더 나아가 "하나님이 모세만 통해 말씀하셨느냐, 우리를 통해서도 말씀하지 않으셨느냐"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론은 아무런 징벌도 받지 않았는데, 미리암만 나병에 걸렸습니다. 여기서 '나병(癩病, leprosy)'은 성경적 맥락에서 단순한 피부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함에 범접하는 것에 대한 경고의 징표로 자주 등장합니다. 쉽게 말해, 이것은 하나님이 세운 권위를 정면으로 건드렸을 때의 결과였습니다.

    학자들은 미리암이 그 비방을 주도했기 때문에 더 무거운 책임을 졌다고 봅니다. 저도 이 해석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 사건에서 제가 오래 머물게 된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스라엘 진영 전체가 7일 동안 이동하지 않고 미리암을 기다려줬다는 사실입니다(민 12:15).

    모세가 즉시 중보 기도를 했고, 하나님은 미리암을 회복시키셨습니다. 그런데 그 회복이 완료될 때까지 수백만 명이 발걸음을 멈추고 기다렸습니다. 제 경험상 교회 공동체 안에서 허물 드러난 리더를 이렇게 기다려주는 경우가 얼마나 드문지를 생각하면, 이 장면이 단순한 역사 기록 이상으로 읽힙니다.

    미리암의 징벌을 단순히 '리더십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해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하나님이 세운 질서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미가 6장 4절에서 하나님이 미리암을 출애굽의 핵심 지도자로 명시하셨다는 사실(출처: 대한성서공회)은, 역설적으로 그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또 다른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무너뜨리려 했을 때 하나님이 그냥 지나치지 않으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br ">미리암은 이후 가데스에서 생을 마쳤습니다(민 20:1). 유대 전승인 탈무드에서는 광야 여정 동안 백성들에게 물을 공급하던 '미리암의 우물'이 그녀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고 전합니다. 80년 전 오빠를 살린 소녀가, 이제 한 민족의 광야 여정 전체를 함께 버텨낸 것입니다.

    요약: 미리암의 징계 사건은 리더십 갈등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운 질서에 대한 도전이었고, 공동체가 7일을 기다려준 장면은 오늘날 교회 공동체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리암이 성경 최초의 여성 선지자라는 근거가 있나요?

    A. 출애굽기 15장 20절에 "선지자 미리암"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성경에서 '여성 선지자(女性 先知者, prophetess)'라는 칭호가 붙은 인물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미리암입니다. 이후 드보라, 훌다 등이 등장하지만, 기록상 첫 번째는 미리암입니다.

     

    Q. 미리암만 나병에 걸리고 아론은 왜 벌을 받지 않았나요?

    A. 성경 본문 자체에 명확한 이유가 기재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민수기 12장의 문맥을 보면 미리암이 비방을 주도한 인물로 읽히며, 많은 성경학자들이 그 주도적 역할이 징벌의 차이로 이어졌다고 해석합니다. 아론은 이미 대제사장으로서 제사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기에, 그가 나병에 걸릴 경우 성막 제사 전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실제적 이유를 추가로 제시하는 주석가들도 있습니다.

     

    Q. 미리암의 우물이 실제로 있었나요?

    A. '미리암의 우물'은 성경 정경(正經) 본문에 직접 등장하지 않고, 유대 전승인 탈무드에 기록된 이야기입니다. 탈무드에서는 이스라엘 광야 여정 동안 미리암의 덕으로 바위에서 물이 나오는 우물이 함께 이동했으며, 미리암이 죽자 그 우물도 사라졌다고 전합니다. 정경과 전승을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미가 6장 4절이 미리암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A. 미가 6장 4절에서 하나님은 "내가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을 네 앞에 보냈다"고 직접 말씀하십니다. 출애굽기에서는 미리암이 조력자로 비춰질 수 있지만, 미가서는 그녀를 모세, 아론과 동등하게 출애굽을 이끈 지도자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미리암의 위상을 재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인용되는 본문입니다.

     

    결론

    미리암을 다시 읽으면서 제가 느낀 것은, 그녀의 이야기가 출애굽의 시작과 끝에 정확히 걸쳐 있다는 점입니다. 아기 모세를 살린 소녀로 시작해서, 홍해를 건넌 뒤 소고를 들고 찬양을 이끌었고, 광야 여정을 끝까지 함께했습니다. 성경 최초의 여성 선지자(女性 先知者)라는 칭호는 빈 수식어가 아니었습니다.

    동시에 저는 민수기 12장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징계의 장면이 있어야 7일을 기다려준 공동체의 모습도 살아납니다. 허물 있는 지도자를 배척하지 않고, 그러나 그 허물도 그냥 덮지 않으면서, 회복을 기다리는 것. 2026년 한국 교회가 미리암에게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은 아마도 여기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p-BjTu1x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