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하면 보통 속임수와 꼼수의 대명사로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어 원어를 파고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야곱(יַעֲקֹב)'은 단순히 '속이는 자'가 아니라 '신이 보호하시다(야콥-엘)'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평신도 봉사자로서 야곱의 삶을 공부하면서, 저는 그를 '실패한 인간'이 아니라 '변화된 인간'의 원형으로 보게 되었습니다.장자권 거래, 단순한 속임수가 아니었다야곱이 형 에서의 장자권(長子權)을 팥죽 한 그릇에 샀다는 이야기는 창세기 25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장자권이란 고대 근동 사회에서 맏아들에게 주어지는 유산 우선 상속권과 가부장적 종교 권위를 함께 아우르는 법적·사회적 지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재산과 가문의 리더십을 동시에 보장받는 증서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팥죽 한 그릇. 그것도 배가 고파 죽을 것 같다는 이유 하나로, 아브라함과 이삭으로 이어진 언약의 권리를 순식간에 넘겨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그 이름이 에서입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다시 꺼냈을 때, 저는 솔직히 에서가 좀 억울하다고 느꼈습니다. 사람이 굶어 쓰러질 것 같은데 영적 유산을 붙들라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자료를 파고들수록, 제 첫 반응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장자권이란 무엇이었나 — 팥죽 한 그릇의 진짜 무게에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장자권(長子權, birthright)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장자권이란 단순히 첫째 아들이 재산을 더 많이 받는 상속 관습이 아닙니다. 고대 근동 세계 전반에서 장자는 가문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