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죽음 앞에서 곁에 묻어달라고 지목한 여인은 라헬이 아니라 레아였습니다. 이 한 줄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한동안 멈춰 있었습니다. 14년을 기다린 사랑의 주인공이 라헬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해왔는데, 정작 가문의 무덤 막벨라 굴에 야곱과 나란히 누운 사람은 평생 외면당한 레아였으니까요. 이 글은 그 반전의 의미를 레아의 눈으로 다시 따라가 본 기록입니다.시력이 약하다는 말의 진짜 무게창세기 29장 17절은 레아를 딱 한 줄로 묘사합니다. "레아는 안력이 부드러웠고, 라헬은 곱고 아리따웠더라." 여기서 '안력이 부드럽다'는 표현에 쓰인 히브리어 원어는 라코트(Rakkot)입니다. 라코트란 단순히 시력이 나쁘다는 의학적 진단이 아니라, '눈빛에 생기가 없고 유약하다'는 뉘앙스를 담은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성경을 처음 제대로 읽었을 때, 저는 라헬이 그저 '야곱이 사랑한 아름다운 여인' 정도로만 기억했습니다. 그런데 창세기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니 그녀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현대를 사는 우리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늘 무언가를 더 갈망하며 살았던 여인. 그 이야기를 꺼내봅니다.사랑과 갈망 — 야곱이 14년을 바친 이유솔직히 이건 처음 읽었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야곱이 라헬을 위해 7년을 일했는데, 결혼 당일 밤에 신부가 바뀌었다는 것. 그것도 외삼촌 라반이 꾸민 일이었습니다. 야곱은 이미 어머니 리브가와 함께 형 에서를 속여 장자권을 빼앗은 전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야곱이 이번엔 반대로 속임을 당하는 아이러니가, 제가 성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