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왔는데, 월요일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집트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걸 경험하신 적 없으십니까. 저는 출애굽기를 처음 제대로 읽었을 때 딱 그 충돌을 느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읽다 보니 그게 제 이야기였습니다. 이름도 없이 살다가 이름을 되찾고, 자유를 얻었지만 자유에 적응하는 데 40년이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 그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니 이 책이 완전히 달리 보였습니다.이름 회복과 재앙 신학 — 출애굽의 역사적 뼈대출애굽기의 히브리어 원제는 '쉐모트(Shemot)', 번역하면 '이름들'입니다. 여기서 쉐모트란 단순한 책 제목이 아니라, 이집트에서 이름 없이 노예로 살던 사람들이 마침내 자기 존재를 되찾는 서사 전체를 압축한 단어입..
교회에서 묵묵히 방송 장비를 만지거나 주차를 안내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 있으셨습니까. "이게 정말 신앙 생활이 맞나?" 저도 한동안 그 질문을 안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출애굽기에서 브살렐과 오홀리압을 다시 만났을 때, 뭔가 딱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성경이 '하나님의 영이 충만한 사람'으로 가장 먼저 기록한 인물이 제사장도 선지자도 아닌, 망치와 조각칼을 든 기술자였다는 사실이요.성령 충만한 장인, 브살렐과 오홀리압의 소명출애굽기 31장 1-11절을 보면, 하나님은 브살렐과 오홀리압을 성막(聖幕) 건축의 총감독으로 직접 지명하십니다. 여기서 성막이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이동하는 동안 하나님이 거하시는 이동식 성소를 의미합니다. 구름 기둥과 불 기둥으로 이끌리며 먹을 것도 마실 것도 불확실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