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 신명기를 읽었을 때, 제가 느낀 건 피로감이었습니다. 출애굽기에서 이미 다 읽은 율법이 또 나오고, 모세의 긴 설교가 계속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니, 이건 단순한 반복이 아니었습니다. 실패한 세대가 지나간 자리에서 새로운 세대에게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하는, 일종의 유언 같은 책이었습니다. 신명기가 왜 성경 전체의 흐름에서 이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제가 공부하면서 정리한 내용을 나눕니다.신명기는 왜 '두 번째 율법'인가신명기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듀테로노미온(Deuteronomion)'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듀테로노미온이란 '두 번째 율법'이라는 뜻으로, 시내산에서 이미 주어진 율법을 새로운 세대 앞에서 다시 선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왔는데, 월요일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집트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걸 경험하신 적 없으십니까. 저는 출애굽기를 처음 제대로 읽었을 때 딱 그 충돌을 느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읽다 보니 그게 제 이야기였습니다. 이름도 없이 살다가 이름을 되찾고, 자유를 얻었지만 자유에 적응하는 데 40년이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 그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니 이 책이 완전히 달리 보였습니다.이름 회복과 재앙 신학 — 출애굽의 역사적 뼈대출애굽기의 히브리어 원제는 '쉐모트(Shemot)', 번역하면 '이름들'입니다. 여기서 쉐모트란 단순한 책 제목이 아니라, 이집트에서 이름 없이 노예로 살던 사람들이 마침내 자기 존재를 되찾는 서사 전체를 압축한 단어입..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미리암을 '모세의 누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출애굽기를 여러 번 읽으면서도 그녀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미가 6장 4절을 다시 읽게 됐을 때 처음으로 멈칫했습니다. 하나님이 직접 "내가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을 보냈다"고 말씀하셨다는 사실이, 제가 그동안 얼마나 그녀를 축소해서 보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모세를 살린 소녀, 그 담대함의 배경파라오가 이스라엘 남자 아기를 모두 나일강에 던져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이스라엘 민족 전체가 공포에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기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아들을 석 달 동안 숨겨 키우다가,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갈대 상자에 아이를 넣어 나일강에 띄웠습니다.제가 이 장면에서..
모세의 지팡이로 나일강을 쳤다고 알고 계셨습니까? 제가 출애굽기를 다시 읽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성경 원문을 보면 그 지팡이는 모세가 아닌 아론이 쥐고 있었습니다(출 7:19). 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공동 주연이었던 인물, 아론. 실수하고 무너졌지만 끝내 자신의 자리를 지킨 이 사람의 이야기가 저는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금송아지 사건, 단순한 실수였을까요?아론을 이야기할 때 금송아지 사건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 40일이 넘도록 내려오지 않자, 백성들은 아론에게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어 달라"고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아론은 그 요구에 굴복해 금 귀고리를 걷어 금송아지를 만들었습니다.이 사건을 두고 '압박에 굴복한 연약함'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표현..
솔직히 모세를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 수십 번 들어온 이름이니까요. 그런데 성경 본문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제가 얼마나 표면만 훑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80세에 처음 소명을 받은 사람. 말도 잘 못하고 살인 전과까지 있는 그 사람을. 하나님이 굳이 선택하셨습니다. 모세의 이름 하나에도, 그의 생애 마지막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습니다.이름의 비밀 — 이집트 왕궁에서 시작된 구원의 복선모세라는 이름이 단순히 '물에서 건져내었다'는 뜻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이야기가 훨씬 복잡하고 흥미로웠습니다.성경 출애굽기 2장 10절에는 히브리어 '마샤(Masha)', 즉 '건져내다'라는 동사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고대 근동학(Anc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