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미리암을 '모세의 누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출애굽기를 여러 번 읽으면서도 그녀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미가 6장 4절을 다시 읽게 됐을 때 처음으로 멈칫했습니다. 하나님이 직접 "내가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을 보냈다"고 말씀하셨다는 사실이, 제가 그동안 얼마나 그녀를 축소해서 보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모세를 살린 소녀, 그 담대함의 배경파라오가 이스라엘 남자 아기를 모두 나일강에 던져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이스라엘 민족 전체가 공포에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기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아들을 석 달 동안 숨겨 키우다가,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갈대 상자에 아이를 넣어 나일강에 띄웠습니다.제가 이 장면에서..
모세의 지팡이로 나일강을 쳤다고 알고 계셨습니까? 제가 출애굽기를 다시 읽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성경 원문을 보면 그 지팡이는 모세가 아닌 아론이 쥐고 있었습니다(출 7:19). 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공동 주연이었던 인물, 아론. 실수하고 무너졌지만 끝내 자신의 자리를 지킨 이 사람의 이야기가 저는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금송아지 사건, 단순한 실수였을까요?아론을 이야기할 때 금송아지 사건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 40일이 넘도록 내려오지 않자, 백성들은 아론에게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어 달라"고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아론은 그 요구에 굴복해 금 귀고리를 걷어 금송아지를 만들었습니다.이 사건을 두고 '압박에 굴복한 연약함'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표현..
교회에서 오래 섬기다 보면 이런 의문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왜 저 사람이 지도자가 됐을까? 처음부터 흠 없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창세기를 다시 천천히 읽으면서 유다라는 인물에서 멈추게 됐습니다. 이 사람, 처음에는 정말 냉정합니다. 동생을 은 20개에 팔자고 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결국 이스라엘 12지파 중 가장 대표적인 지파의 조상이 됩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 그 흐름이 생각보다 훨씬 드라마틱했습니다.다말 사건 — 유다를 바꾼 결정적 순간창세기 37장의 유다는 솔직히 말해서 매력이 없습니다. 형제들이 요셉을 죽이자고 할 때 유다가 꺼낸 말은 "차라리 팔아버리자"였습니다. 죽이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 안에는 이익 계산이 깔려 있었습..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강인한 전사 집단으로 불렸던 지파가 스스로의 죄악으로 인해 남성 600명만 남기고 전멸 직전까지 몰린 사실, 성경을 수십 번 통독한 분들도 사사기 19~21장에 이르면 멈칫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이게 정말 성경 안에 있는 이야기인가" 싶어 앞뒤를 다시 펼쳐 봤을 정도였습니다. 베냐민 지파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시작해 회복으로 끝나지만, 그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베노니에서 베냐민으로 — 태어날 때부터 달랐던 이름베냐민이라는 이름을 그냥 '야곱의 막내아들' 정도로만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이름 하나에 이 지파 전체의 운명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라헬은 죽어가면서 아이를 '베노니(Ben-Oni)'라 불렀습니다. 여기서..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요셉 이야기를 "착한 사람이 결국 잘 됐다"는 식의 권선징악 서사로만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주일 성경 애니메이션을 아이와 함께 보다가, 문득 멈추게 된 장면이 있었습니다. 형들에게 자신을 밝히며 "하나님이 나를 먼저 보내셨다"고 말하는 요셉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요셉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고, 제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 알게 됐습니다.채색옷 한 벌이 불러온 파국요셉이 아버지 야곱에게 받은 옷, 우리가 흔히 '채색옷'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히브리어로 '케토넷 파씸(Ketonet Passim)'이라 불립니다. 여기서 케토넷 파씸이란 단순히 알록달록한 색깔 옷이 아니라, 손목까지 내려오는 긴 소매의 장식용 예복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들에서 일하는 사..
야곱이 죽음 앞에서 곁에 묻어달라고 지목한 여인은 라헬이 아니라 레아였습니다. 이 한 줄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한동안 멈춰 있었습니다. 14년을 기다린 사랑의 주인공이 라헬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해왔는데, 정작 가문의 무덤 막벨라 굴에 야곱과 나란히 누운 사람은 평생 외면당한 레아였으니까요. 이 글은 그 반전의 의미를 레아의 눈으로 다시 따라가 본 기록입니다.시력이 약하다는 말의 진짜 무게창세기 29장 17절은 레아를 딱 한 줄로 묘사합니다. "레아는 안력이 부드러웠고, 라헬은 곱고 아리따웠더라." 여기서 '안력이 부드럽다'는 표현에 쓰인 히브리어 원어는 라코트(Rakkot)입니다. 라코트란 단순히 시력이 나쁘다는 의학적 진단이 아니라, '눈빛에 생기가 없고 유약하다'는 뉘앙스를 담은 표현으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