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십 년 넘게 다니면서도 "나는 왜 예수님을 믿어야 하지?"라는 질문이 불쑥 올라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성경 구절은 줄줄 외우는데, 정작 그 말씀이 심령 깊은 곳에 닿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요한복음이 조명하는 제자 빌립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그 시절 저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 한동안 책을 덮지 못했습니다.공관복음이 말하지 않는 빌립의 다섯 장면신약성경의 공관복음(Synoptic Gospels)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여기서 공관복음이란 마태·마가·누가복음 세 권을 함께 묶어 부르는 말로, 세 권이 공통된 시각과 자료를 공유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세 복음서는 빌립을 열두 제자 명단에 이름 한 줄 올리는 것 이상으로 소개하지 않습니다.그런데 요한복음은 달랐습니다. 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요한이라는 제자를 오랫동안 '사랑의 사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목회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요한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그 출발점이 얼마나 거칠었는지가 오히려 더 강렬하게 와닿더군요. 불벼락을 맞게 해달라고 외쳤던 그 사람이, 십자가 아래 마지막까지 서 있었다는 사실 — 이 간극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우뢰의 아들 — 요한은 원래 어떤 사람이었나제가 처음 '보아너게(Boanerges)'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이게 별명이라는 사실이 잘 실감되지 않았습니다. 보아너게란 아람어로 '우뢰의 아들'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성질이 불같고 감정 표현이 폭발적인 사람에게 붙이는 표현입니다. 예수님께서 야고보와 요한 형제 둘 모두에게 이 이름을 붙여주셨다는 것이..
성경을 읽다 보면 야고보라는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해서 처음엔 저도 꽤 헷갈렸습니다.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예수님의 형제 야고보. 세 사람이 모두 야고보입니다. 그 가운데 오늘 제가 오래 붙들고 생각한 사람은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 이른바 '큰 야고보'입니다. 열정이 넘쳤지만 욕심도 컸던 그가 어떻게 12제자 중 첫 번째 순교자가 되었는지,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남았습니다.세 명의 야고보, 먼저 구분하고 시작해야 합니다처음 성경을 공부하던 시절, 저는 야고보서를 쓴 야고보가 예수님의 12제자 중 하나인 줄 알고 한동안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찾아보고 나서야 야고보서의 저자는 예수님의 형제 야고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성경에 등장하는..
꼭 앞에 서야만 좋은 신앙인일까요? 저는 안드레를 공부하면서 이 질문을 계속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가장 먼저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었지만, 성경 어디에도 그가 주목받는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오히려 그 조용한 자리에서 더 깊은 울림이 왔습니다.첫 번째 제자, 그런데 왜 우리는 그를 잘 모를까성경에서 안드레는 명확하게 '프로토클레토스(Protokletos)'로 불립니다. 여기서 프로토클레토스란 '가장 먼저 부르심을 받은 자'를 뜻하는 그리스어 표현으로, 동방 정교회 전통에서 안드레를 특별히 높이는 근거가 됩니다. 그는 원래 세례 요한의 제자였는데, 세례 요한이 예수님을 가리켜 "보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즉시 예수님을 따라갑니다(출처:..
복음서와 사도행전에서 무려 150회 이상 등장하는 제자가 있습니다. 바로 시몬 베드로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꽤 놀랐습니다. 요한이 80회 이상, 야고보가 40회 등장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베드로가 얼마나 성경 전체에서 중심적인 인물인지 실감이 납니다. 그런데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예수님의 12제자 이름을 물어보면, 베드로와 마태 정도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그 베드로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그가 어떻게 실패하고 또 어떻게 다시 세워졌는지를 살펴봅니다.복음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제자, 베드로의 등장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왜 베드로가 유독 많이 기록되었을까요? 단순히 성격이 활발해서가 아니라, 그가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실질적인 지도자 역할을 맡았기 때문..
자신을 배신할 사람을 알면서도 끝까지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더 초즌 시즌 5》 8화 '다락방 2부'를 처음 보던 날 밤, 저는 이 질문 앞에서 한참 멈춰 있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내 원이 아닌 아버지의 원대로"를 세 번씩 반복하며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단순한 종교 드라마의 감동을 넘어 지금 제가 살고 있는 2026년의 현실을 정면으로 건드렸습니다.겟세마네 기도 — 이 장면이 특별한 이유드라마를 보면서 솔직히 예상 밖이었던 건, 예수님이 기도하는 장면이 이렇게까지 길고 생생하게 다뤄진다는 점이었습니다. 화면 속 예수님은 "아버지, 제발. 다른 길은 없을까요?"라고 울부짖습니다. 이걸 보며 저는 처음으로 이 기도가 얼마나 인간적인 고통이었는지를 피부로 느꼈습니다.성경 신학에서는..